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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희원 시인 / 해괴제(解怪祭)*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2.

이희원 시인 / 해괴제(解怪祭)*

 

 

                                 현종14년(1023년)  5월에  금주(김해)에 지진이 있었다.

                                 이때부터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 해괴제를 지내기 시작했다

                                                                                      -「고려사」

 

 

  아침 햇살 하나가 바다에 꼬치더니

  바다에서 기요틴들이 달려 나왔어

  바다가 갈라지고 업어지고 있었지

 

  파도는 살점을 매달고 흔들렸어

  붉은 심장들이 뚝 뚝 떨어지고

  물들이 검은 비명을 터트리고 있었지

 

  흙 묻은 사진 한 장 남았더군.

  마지막 열차를 타면서 네가 던진

  차디찬 바다에게 안부를 물었지

 

  종례시간 같은 겨울이었어.

  대지는 상복을 입었다 벗길 반복했어.

  빈집 앞에서 내 손은 떨고 있었지

 

  너덜너덜 찢어진 어둠이 몰려왔어

  당신과 함께 가파토키아의 토굴로

  달아나는 駭怪한 꿈만 꾸었지

  당신 정말 그렇게 떠날 수 있는 거니?

 

  쿠쿨칸에서 술잔을 올리며 고했어.

  유세차 더는 드릴 것이 없습니다.당신,

  이 난파한 몸뚱이에 대한 기억밖엔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1월호 발표

 

 


 

이희원 시인

2007년 《시와 세계》를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