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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본 시인 / 마네킹의 눈물
얼굴을 뭉개버렸다 눈을 지우고 코를 지우고 입조차 깨끗이 뭉개버린 다음 영혼을 비우고서야 매끌매끌하고 반짝거리는 한 덩이의 물체가 되었다.
그리하여, 당신의 이목구비(耳目口鼻)와 관계한다. 당신의 눈에서 절제된 눈물을, 붉게 채색된 입술을 복제하고 당신의 영혼까지 은밀하게 서서히 석고로 굳히면
뜻밖에도 당신, 나 아닌 당신의 원형이 떠오른다.
매끌매끌하고 반짝거리는 한 무리의 당신,
한 무리의 당신은 적절하게 그늘을 드리우는 조명 아래 수의(壽衣) 같은 옷을 나 대신 입고 복제된 수많은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혹은 사로잡힌다.
아름다운 것은 눈물이 없어요. 눈에는 눈물 대신 외로움이 보석처럼 반짝이지요.
조명이 꺼지면 물품관리실 구석의 어둠 속에서 더 깊은 어둠이 되어 아름다운 당신을 대신하여 외로움의 눈물을 흘린다.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18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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