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정시마 시인 / 고양이 소크라테스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2.

정시마 시인 / 고양이 소크라테스

 

 

  금요일의 잿빛권태는 독배를 마셨다지. 세상이 너무 차가운 양초에 불 밝혔지. 구름 몰려와 몹시 우울한 직선의 바람도 불었지. 한 죽음을 이해하는데 부족한 불꽃들은 긴 손톱으로 검은색의 운명을 장난쳤지. 오늘은 모래비 내리고 내일은 늑대비 내린다고, 불꽃의 혀들은 월요일 신문처럼 시끄러웠지. 풀어헤친 머리카락 사이 밤잠 설친 두 눈 홉뜬 채 둥근 원 밖으로 밀어냈지. 넌 여름 끝에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 아흔 번의 침묵으로 입속 틀어막고 울었다지. 세상이 너무 차갑거나 비열할 때, 다시 별을 머금고 칠흑빛 해변에서 할 일 없이 웃음만 길어지던 해변가, 넌 해풍에 젖은 눈동자 빨갛게 꿈꿀까봐 잠못이루고 하루를 시체로 누워 있을 때 몸무게를 생각하다 잠깐 잠들기도 했지. 세상이 너무 차가워 금요일의 태양은 텅 비었고 노을의 자리도 빈자리.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1월호 발표

 

 


 

정시마 시인

1959년 울산에서 출생. 경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2006년 동서커피 문학상 시부문 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