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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순 시인 / 눈물
풀잎에 반짝이는 것은 이슬
내 눈에 반짝이는 것은 눈물
풀잎을 흔들고 가는 건 바람
내 마음 흔들고 가는 건 사랑.
김지순 시인 / 눈물샘물
하늘은 굽어 살필 수 없는 청맹과니 포화 속 구멍 뚫린 계절을 사는 눈먼 아프간 소녀*를 보며 허공의 입김 날릴 수 없어 흙먼지 경계경보만 날리고 있지 그 많은 눈물을 깨고 꿀꺽 삼키고 눈굴헝 속에 슬픔의 깊이 몇 자 파 들어가면 엔징의 강가에서 소금 샘물이 퐁퐁 솟아오르듯 웅숭깊은 염정이 나올 거야 배고파 우는 아이 소리 없는 눈동자 속에 재우고 코를 찌르는 고약한 썩는 내음 꿈밖으로 흘려보내 언제나 배반 쪽으로 길을 낸 고통의 순간을 염장 할 거야 화약 냄새로 분칠한 거죽나무도 슬픔에 감염돼 말라가고 있어 새들도 수심의 부력으로 제 목소리를 숨기고 있어 멀리서 또래 소녀들의 물지게 나르는 소리가 들릴 거야 소금 우물 찾아가는 늙은 말방울 소리가 계곡을 흔들듯 어린 병사 군화 질질 끌고 가는 저문 황톳길이 일어서고 있어 자신의 혐의를 몰라 반짝반짝 서늘한 별 소곳소곳 자지러진 국화꽃들이 어둠을 물리칠 거야 사계절 순환하는 눈물을 오랫동안 흘리다보면 지혜의 샘물을 만날 수 있다는 불그죽죽 간간한 랍비 같은 말씀 따끔따끔 죽을 때까지만 들을 거야
* 데이비드 칸토니 작품. 사진 이미지를 불씨로 태워 만듬.
김지순 시인 / 달항아리 -겨울열매*
그새 몸쓸 얼굴 하나 걸어두고 그리마로 지옥철을 휘적거리다 유리꽃 핀 담장 위를 사뿐히 걷는 도둑고양이로 살다 건기의 오카방고 창공을 나는 물수리로 살다 이제, 가면을 싸악 부셔버릴래
그간 접어둔 황도십이궁에 쪼그려 앉아 가슴 밑창에서 솟아오른 붉은 저녁의 구름을 낚아 수만 날개짓으로 둥근바다를 삼켜버릴래 질척질척 뻘을 지우고 콕콕 먹잇감을 지워 다시 수평선에 너를 걸어 시위를 날려버릴래
제가끔의 몸속에서 터져나온 붉은 비단길 미친 태양과 광분하는 모래폭풍의 자장 안으로 묻어버릴래 낙타도 만사거부권행사로 쌍봉의 혹을 참혹하게 디밀어 어둠의 홑겹이 빨리 커다란 눈을 감싸주길 바래 바람의 잠언을 들어 사막의 역사를 다시 쓸래 가늘게 떨며 흐느끼는 달의 채록을 부기하면서 부용꽃무늬 비단 겹겹으로 복류천 물길조차 덮어버릴래
전갈의 심장으로 타올라 장엄하게 몰락하길 바래 당신 속의 그가 실실 쪼개기 전에
*도예가 이종수씨의 작품명
김지순 시인 / 마음을 나누는 일
나누며 산다는 것은 세상 속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니까
나누며 산다는 것은 누군가의 눈길이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할 때 기꺼이 손을 내미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실천하는 일은 보람되고 인간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물질 적으로 도움을 주는 이들 몸으로 손수 실천하는 이들 물질도 건강도 허락하지 않아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이들
누군가를 돕는다는 일은 가치 있는 인생을 사는 일이며 어떤 행태가 되었든 자신의 행복을 채움 하는 일이다.
김지순 시인 / 말하고 싶어요
가슴 아린다는 말 뒤돌아 서면 보고 싶어 그대 보고픔이 되고 싶다는 말 바람 편에 보내고 싶어요
열병처럼 가슴에 열꽃이 피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고 그대에게 말하고 싶어요
답답하고 허전하고 가슴 너무 아파 차라리 그대 그림자가 되고 싶다고
흘러나오는 노랫말에 눈시울 젖어드는 밤엔 그대 창가에 내리는 어둠이 되겠노라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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