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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임보 시인 / 적벽부(赤壁賦)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30.

임보 시인 / 적벽부(赤壁賦)

 

 

  우이동시낭송 모임 뒤풀이 자리에서

  "壬戌之秋七月旣望에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단가 적벽부를 흥얼흥얼거렸더니

  황 시인이 내게 청하기를

  그 가사를 풀이해 들을 수 없겠느냐고 했다

 

  기회가 닿으면 그렇게 해 보자고

  나는 막연히 약속을 했다

 

  그런데

  그는 내 적벽부 해설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만 소식도 없이 떠나고 말았다

 

  "……寄蜉蝣於天地허니 渺滄海之一粟이라……"

  (천지에 의탁한 하루살이 삶, 바다에 던져진 좁쌀 한 알 신세로다)

 

  내 말 들어보나마나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그에겐 처음부터 있었을지도 모른다.

 

웹진 『시인광장』 2013년 1월호 발표

 

 


 

임보(林步) 시인

1940년 전남 순천에서 출생. 본명 강홍기(姜洪基). 1962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8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6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으로 『임보의 시들 · 59-74』 『山房動動』 『木馬日記』, 『은수달 사냥』, 『황소의 뿔』, 『날아가는 은빛 연못』, 『겨울, 하늘소의 춤』 등과  시론집에 『현대시운율구조론』, 『엄살의 시학』, 『미지의 한 젊은 시인에게』등이 있음. 충북대 국문과 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