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희 시인 / 추격자 C
그가 눈을 뜨면 사건이 들어온다
충혈 된 둥근 눈으로 세상을 쫓는 추격자 은밀한 눈동자가 확대되고 기척 없는 눈빛이 스산하게 동작을 각인한다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조용한 추격의 파장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기록된 순간들을 무죄 또는 유죄로 선고하는 무언의 추격자 C 도시가 잠에 빠지면 더 예민해진다 그에겐 잠깐의 수면도 사형선고 불면의 힘으로 시간을 저장하는 시신경 그의 지정석은 접혀지고 구겨진 곳이다 어둑한 계단에 쌓인 쓰레기와 꽁초의 출처도 펼쳐놓는 추격자 지난밤의 외마디 비명에 그가 입력한 기억세포들은 비명의 무리들을 출력한다
도심의 회색이 덮어가는 무거운 눈꺼풀 희미해진 시력에 음침한 모의는 움직임이 빨라진다
거의 완벽한 시각을 지닌 그 그의 치명적 결점은 예각이다 예각으로 몰려든 위험한 모의들이 스크럼을 짜도 열리지 못하는 동공 안전각도로 들어선 검은 계획들이 끼인 각을 통과하는 범죄의 시간 청각을 반납한 도수 높은 시력 그의 뇌하수체는 달빛 밟고 담을 넘던 담쟁이만 가두어버렸다
도심 곳곳 무인카메라들이 시력을 점검하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3년 2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지하 시인 / 죽음 외 3편 (0) | 2020.08.31 |
|---|---|
| 김지순 시인 / 눈물 외 4편 (0) | 2020.08.31 |
| 임보 시인 / 적벽부(赤壁賦) (0) | 2020.08.30 |
| 정대구 시인 / 내가 시인인가 (0) | 2020.08.30 |
| 정수자 시인 / 편도 (0) | 2020.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