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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인자 시인 / 여덟 개의 금광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30.

이인자 시인 / 여덟 개의 금광

 

 

  나는 여덟 개의 금광에서

  금을 캐는 광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신들의 금광을 맡기는

  나는 그들이 믿는

  유일무이한 광부

  이 은빛 막대 하나면

  캐지 못하는 금이 없지

  오늘은 금을 채굴하는 날

  첫 번째 금광 입구부터

  가득 찬 금가루들

  살살 모으고 나면

  저 아래, 종유석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저 곳이 바로 금맥인가

  이리 저리 몸을 돌려

  금광 안에 빛을 채우면

  나의 은빛 막대

  닿을 듯, 말 듯

  허공을 휘젓고

  나는 노련한 광부

  어느새 말랑말랑한 벽을 타고

  금을 캐내고 있다

 

  오늘도 채굴 성공

 

  두루마리 휴지 한 장 위

  가야 금관처럼 놓여있는

  황금빛 귀지 한 덩이

 

웹진 『시인광장』 2013년 1월호 발표

 

 


 

 

 이인자 시인

1973년 서울에서 출생.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새의 덧신』(시안, 2012)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