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위상진 시인 / 야광 눈동자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6.

위상진 시인 / 야광 눈동자

 

 

  고양이가 없어졌다

  야광시곗바늘처럼 뛰어다니는

  너의 맨발은 나에게 보내는 미세한 주파수

 

  천년의 그림 앞

  물감이 두껍게 칠해진 듯

  눈동자를 묻고 있는 고양이

 

  뛰쳐나가지 못하도록

  여왕은 양탄자 밑으로

  회색 꼬리를 누르고 있었을까

 

  유리병 속 단단한 산세베리아

  물을 헤치고 뻗어나는 흰 뿌리

 

  소리의 입자를 빨아들이는 귀를 찾아, 지금은 장소만 유효하지

  네가 좋아하는 음악을 알고 있지만 최대한 너를 모른 척 할 거야

  처음부터 나를 보고 있는 피아노 아래 야광 눈동자

 

  억압된 모든 저녁의 초상화엔

  입술위의 주름, 주름들

  건포도처럼 말라붙어 있는

  사이사이 생략체를 물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2월호 발표

 

 


 

위상진 시인

대구에서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1993년 월간 《시문학》에 <吉印堂>외 5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햇살로 실뜨기』(시문학사, 2001), 『그믐달 마돈나』(지혜사랑, 2012)가 있음. 2007년 「푸른시학상」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