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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주대 시인 / 나의 노래는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6.

김주대 시인 / 나의 노래는

 

 

  너무 일찍 죽지는 말라고 네가 벗어 주고 간 울음. 내내 모르는 척하다가 아무도 없을 때 입어 보았다. 눈물이 삼베처럼 써늘하기에, 제발 술 먹지 말라며 놓고 간 한숨 함께 걸쳐 입고 길을 나섰다. 노래하고 싶은 뜨거운 아스팔트 술집을 돌아 멀리 돌멩이 하나 담벼락에 지익 그으며 긴 오후를 걸었다. 그림자 벗어 놓는 저녁까지 슬퍼질까 봐 입고 온 네 울음 다 말랐구나. 솔직히 두려움도 없지는 않아서 눈물로 짠 수의 같은 염려는 입기 싫었다. 혹시 또 다녀가려거든 너는 와서 단지 웃어라. 죽음도 노래처럼 흘러가리니 나의 노래는 양팔 없는 피아니스트처럼 두 발로도 행복이겠다. 아이처럼 울다 간 노래는 언제나 세상을 홀로 빌빌 걸어다닌 나의 풍습.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2월호 발표

 

 


 

김주대 시인

1989년《민중시》, 1991년《창작과 비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도화동 사십계단』(청사, 1990),『그대가 정말 이별을 원한다면 이토록 오래 수화기를 붙들고 울 리가 없다』(하늘땅, 1991), 『꽃이 너를 지운다』(천년의시작, 2007), 『나쁜, 사랑을 하다』(답게, 2009), 『그리움의 넓이』(창비 2012)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