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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옥 시인 / 이유도 없이
무심한 듯 유심한 듯 그럭저럭 오고 가던 말들이 보폭이 알맞아 징검다리 같다고 여겼던 말들이 제 무게를 갑자기 주장하며 튀어 오르는 충격에 고스란히 얻어맞고 돌아오던 그날 마을버스 안에서 멍하여 이웃의 인사도 못 받고 나쁜 인상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와 누웠으나 의식은 멍들어 흐르지 못했다 오고 갔던 말들이 모래처럼 쏟아지며 들끓는 통에 장맛비가 쏟아지는 줄도 모르고 집밖으로 피했다가 빗줄기에 또 얻어맞아야했던 무참한 멍석말이의 밤 그렇게 갑자기 도진 그날은 이후로 고질병이 되었다 말도 사람도 두들기다 흩어질 뿐이었다, 그 후로는.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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