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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시인 / 당신이 보는 것이 당신이 보는 것이다
1
비가 와서 엉터리 시 한 줄 쓰오. 비가 와서 비가 와서 쓰는 시 나 대신 저 비가 쓰면 좋지. 그러나 비는 시 쓸 줄 모른다고 대신 쓰라고 유리창에 이마 대고 말하네. 돼지 저금통에 동전 넣어도 계속 비는 오고 저금통은 차지 않고 다시 동전 넣고 또 넣고 그래도 비가 온다. 고기반찬 달라고 비가 오네.
2
“선생님은 신부십니까?” 어느 날 택시 기사가 물으면 “네. 신부 맞아요.” 대답하고, “선생님은 스님이십니까?” 어느 날 택시 기사가 물으면 “네. 스님 맞아요.” 대답한다. 이젠 신부든 스님이든 부르는 대로 모두 나다. “저기 영안실 앞에서 세워 주세요.” 신촌 세브란스병원 영안실 앞에서 택시를 내린다. 5층 뇌신경과 복도 7번 진료실 앞에서 기다릴 때 간호원이 나와 “이승훈 님!” 부른다.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네 번 째입니다.” 내가 네 번째다. 신부든 스님이든 네 번째든 모두 같다.
3
식탁에 앉아 양파 먹을 때 번개가 친다. 입에 물고 있던 양파가 바닥에 떨어진다. 양파가 바닥에 누워 쳐다본다. 양파가 아니라 무였는지 모른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다. 오 세상에! 무 먹을 때 번개가 치다니! 이젠 무같은 건 먹지 말아야 겠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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