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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인 시인 / 빨간 첼로소녀
맨종아리의 소녀가 인파 속에서 첼로를 연주한다 끄덕끄덕 다리 사이로 몇 개의 음표가 빠져나간다 통 안의 키 작은 음이 동당거린다 관객의 마음을 훔치지 못한 소녀가 연주를 멈추고 관객들의 손바닥에 애벌레를 나눠준다 애벌레가 호기심의 눈주름 속에서 리듬을 탄다 간혹 부화되지 않은 꿈의 날개를 단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날아다닌다 소녀가 실내화 벗어들고 나비를 쫓아다닌다 팔랑거리는 치맛단이 나비의 실루엣이 되어갈 때 꿈의 못갖춘마디에 매달려 있던 사분음표 하나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음표를 낚아채려 달려가는 활에 관객의 웃음이 튕겨진다 뒷짐 진 아저씨가 소녀의 찰랑이는 연못에 관심의 동전을 던진다 물이랑 사이로 동전의 앞면에 반쯤 비췬 소녀의 미래가 희미하게 웃는다 간유리창에 악보를 그리던 소녀가 소리내지 못하는 음표를 지우다 문득 절룩이는 오후 빨간통에 붙잡힌 첼로와 소녀가 어깨동무를 한 채 수문을 빠져나간다 고장난 에어컨 덩덩거리는 버스 안 한낮의 졸음이 급브레이크에 채여 저만큼 나뒹군다
웹진 『시인광장』 2013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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