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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미 시인 / 씨크릿 가든
신은 인간을 위해 꽃을 선사하였고 신의 정원에 인간이 가끔 꽃을 대신한다
뚜껑에 표시된 글자와 두 개의 통 속에 담긴 내용물이 서로 다르다 먼저 한 개의 통을 비우고 다른 통의 내용물을 비워낸 통에 옮겨 담는다 명찰을 바꿔 달고 등교한 학생이 있다면 사람을 바꿨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뚜껑만 바꿔 닫으면 되는 일이었다 감히 누가 행할 수 있는 창피인가
죄보다 더 죄스럽고 죄보다 더 부끄러운 씨알이 뒤란에 뿌려진다 꽃병을 깨지 않았지만, 깨진 꽃병 옆에 서 있던 내가 얼굴 붉어지는 것
꽃을 실수라 일컫는 사람, 얼마나 슬픈 종족인가 반대를 생각해 보는 일은 꽃다발 위에 神이 꽂아주는 카드 같은 거 장미에게 자디잔 배경이 되어주는 안개꽃 같은 거 呪文 같은 변명, 끼니마다 상에 올랐다 그냥 내려지는 밑반찬만큼이나 식상하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만들어낸 일이라면 꽃같이 아름다울 일 등불 피는 뒤란, 오랜 침묵을 건너온 개화의 시간 실수를 패러디하는 또 한 송이 점묘
영혼이 뒤바뀐 남녀가 상대의 일상이라는 미로 속으로 들어간다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감히 누가 행할 수 있는 능력인가 명찰 대신 영혼을 바꿔 담은 실수가 명분이 되는, 꽃과 꽃의 차이 지금은 뒤란을 자랑하는 때, 한 송이 꽃 제단에 바친다
웹진 『시인광장』 2013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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