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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시인 / 낚시질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平生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 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中年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마종기 시인 / 남은 풍경
새 한 마리 작은 나뭇가지에 앉았습니다. 나뭇가지 작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새가 날아 가버린 후에도 나뭇가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직 떨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혼자 흐느껴 우는 것 같습니다. 남아 있는 풍경이 혼자서 어두워집니다.
마종기 시인 / 담쟁이 꽃
내가 그대를 죄 속에서 만나고 죄 속으로 이제 돌아가니 아무리 말이 없어도 꽃은 깊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
죄 없는 땅이 어느 천지에 있던가 죽은목숨이 몸서리치며 털어 버린 핏줄의 모든 값이 산불이 되어 내 몸이 어지럽고 따뜻하구나.
따뜻하구나, 보지도 못하는 그대의 눈. 누가 언제 나는 살고 싶다며 새 가지에 새순을 펼쳐내던가. 무진한 꽃 만들어 장식하던가 또 몸풀듯 꽃잎 다 날리고 헐벗은 몸으로 작은 열매를 키우던가.
누구에겐가 밀려가며 사는 것도 눈물겨운 우리의 내력이다. 나와 그대의 숨어있는 뒷일도 꽃잎 타고 가는 저 생애의 내력이다.
마종기 시인 / 당신의 심장에서 메아리까지
우리들의 슬픔은 그늘이다. 지워지지 않는 상처의 사랑, 옛날에 옷 벗은 우리들의 상처도 메아리다.
오늘은 그늘에서 비가 잠을 잔다. 잠 속에서도 우리들의 몸 속이 젖는 소리.
젖은 나이의 보도 위에 우리들의 낙엽이 흙이 된다. 내 심장에서 흙까지 오래 울리는 당신의 메아리까지
마종기 시인 / 맑은 날의 얼굴
그만한 고통도 경험해 보지 않고 어떻게 하늘나라를 기웃거릴 수 있겠냐구? 그만한 절망도 경험해 보지 않고, 누구에게 영원히 살게 해 달라고 청할 수 있겠냐구? 벼랑 끝에 서 있는 무섭고 외로운 시간 없이 어떻게 사랑의 진정을 알아낼 수 있겠냐구? 말이나 글로는 갈 수 없는 먼 길의 끝의 평화, 네 간절하고 가난한 믿음이 우리를 울린다.
오늘은 날씨가 맑고 따뜻하다 하늘을 보니 네 얼굴이 넓게 떠 있다 웃고 있는 얼굴이 몇 개로 보인다. 너 같이 착하고 맑은 하늘에 네 얼굴 자꾸 넓게 퍼진다. 눈부신 천 개의 색깔, 네 얼굴에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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