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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요원 시인 / 2인용 레일바이크 타기

by 파스칼바이런 2020. 12. 28.

장요원 시인 / 2인용 레일바이크 타기

 

 

  페달을 밟자 선로가 감깁니다

  길게 풀어진 강줄기가 팽팽하게 감깁니다

 

  두 개의 심장이

  나란히 함께 펌프질을 합니다

 

  정오를 지나가는 태양이 쏟아내는

  홀씨와 정자들이 무수한 꽃들을 번식시킵니다

 

  멈추면 안 돼

  멈추면 안 돼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발음은 왜 동그랗게 말리는 걸까요

 

  한쪽 심장이 덜컹거리자

  베낭 속의 김밥이 풀립니다

  페달을 더 세게 밟아

  꾹꾹 말아야지

  등 뒤에서 자꾸만 풀어지는 너를

  꾹꾹 말아야지

 

  내리막은 발목을 들어 올려도  발목이 조여 옵니다

 

  나는

  제자리를 구르는데

  풍경이 전속력으로 달려와 감깁니다

  빠른 풍경들이

  롤 블라인드처럼 촘촘하게 풀어집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4년 11월호 발표

 

 


 

장요원 시인

201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2014년 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