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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홍성 시인 / 9월에는 외 9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2. 28.

김홍성 시인 / 9월에는

 

 

9월은 화가처럼 예쁜 그림을

가슴으로 그리고 고운 색깔로

하나하나 채워 가는 마음속에

화가 하나 두고 있습니다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사랑의 깊이를 느끼고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맑은

눈물하나 담고싶은 가을 향기

가득하고 풍성한 9월입니다

 

9월엔 사랑을 하세요

쏟아질듯 그렁그렁한 별빛과

한 여름에 사랑을 속삭이던

풀벌레들의 아름다운 언어들이

9월의 아름다운 시가 될 것입니다

 

풍성한 오곡 백과가 무르익어 가고

부족했던 마음은 넉넉한 보름달이

그늘진 곳까지 밝혀주며

강강술래 가락에 밝고 동그란

보름달이 자꾸만 차 오릅니다

 

 


 

 

김홍성 시인 / 가슴에서 피는 사랑 꽃

 

 

아름다운 사랑에는

행복의 열매가 알콩달콩

눈부시도록 맺히지만

 

사랑에 미움이 박히면

후회의 눈물이 아롱지게 되는 인생

 

낯설고 물설어도 사랑과 함께 가면

두려움도 없는 수채화 같은

인생 길이 가슴 설레지 않나요

 

쓸쓸히 문턱을 넘어 오던

달빛도 사랑이라는 이름앞에

환한 속살처럼 미소짓는데

 

사심을 비우고 가만히

생각만 하여도 기분 좋아지는

후리지아 꽃향기 처럼

가슴으로 피어나는 사랑의

달콤한 향기가 꽃물처럼 흘러내리는

사랑이 너무 소중하고 아름답지 않나요

 

 


 

 

김홍성 시인 / 그대가 곁에 있음에

 

 

내가 읽고 있는 책 속에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가 가득하고

 

맛나는 음식을 먹으면

그 사람이 먼저 달려와 살며시

 

미소짓게 하는 사람이 있어

내가 행복하다는 것이며

 

함께 걷는 길 위로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당신 곁에서 마지막 잎새가 되어

끝까지 지켜주고 싶은 당신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생각할수록 더 좋아지는

 

그대가 곁에 있음에

행복하다는 겁니다

 

 


 

 

김홍성 시인 / 그대는 괜찮나요

 

 

사랑할 때는

시인이 되기도 합니다

열병에 그리움과 외로움이

시가되고 노래가 되어

마음의 오선지에 그려 집니다

 

내 가슴에 박혀버린 별 하나

까만 하늘을 보아도

그 사람은 보이지 않은데

뜨거운 눈물로 출렁이도록

그리움으로 감싸고 있었습니다

 

사랑 할 때는

외로운 섬이 되기도 합니다

혼자만이 외롭고 쓸쓸하여

불타는 노을이 되기도 하여

홀로 뜨거움을 태웁니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 했나요

사랑은 거미줄과 같아

하염없이 가슴에 돌돌 안기어

실컷 울고 싶어지는 것

 

사랑할 때는

눈물에 잠긴줄도 모르고

환한 달빛같이 아른 거리는

그대의 모습만 신앙처럼

보고픔으로 쫒고 쫒는 그리움에

그대는 아프지 않고 괜찮나요

 

 


 

 

김홍성 시인 /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꽃잎은 저도

그 깊은 향기는 오랫도록

가슴에 남아 맴돌 듯이

 

그대가 머물다 간 자리는

떨어진 한송이 꽃잎이라 생각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손끝 마디마디에 꽃물들인

추억의 봉숭아 꽃물처럼

 

그대 머물다 간 자리는

무심한 세월이 흘러가도

지워지지 않고 더욱 선명한 그리움에

물든 가슴은 조용히 그대의 미소가

꽃물처럼 스며나와

 

가슴 언저리에 맴도는 사람

꽃은 져도 향기만 남기고 간 그사람이

오늘처럼 환하게 다가 오는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김홍성 시인 / 그리움만큼만 사랑했으면

 

 

보일 듯 말듯이

그대가 유난히 보고픈 날은

침묵으로 깔아 놓은 자리에 앉아

그대 그리움으로 꽃피우는 이행복한 시간

 

지금 내가 마시는 찻잔이

마지막 잔이 된다 할찌라도

 

세상에 노래가 멈추고

음악이 멈춘다 해도

오직 그대 생각만 떠다니는 세상은

 

노래의 가사가 되고 음악이 되나니

우리사랑 이데로 변치말고

그리움 만큼만 사랑했으면 참 좋겠다

 

 


 

 

김홍성 시인 / 그리움이 머물던 자리

 

 

출렁이며 왔다가

하얗게 부서지는 바다가에서

파도는 슬픈 자국만 모래알에

새겨놓고 말없이 가버리고

 

잊는다고 해놓고 선

제 살 파먹는 그리움아

 

왁짝직껄한 술집 한켠에 앉아

히죽히죽 웃다가

슬픔을 마시는 사람아

 

지난해 그토록 퍼붓던

콘크리트 바닥에 페인 슬픈 자국은

빗소리 머금고 하염없이

고독속에 젖어 헤메이 건만

 

그리움이 머물던 자리는

싸늘히 식은 추억이 가슴에 누워

창을 열던 새 소리는

애처롭게 가슴에 울고 있네

 

 


 

 

김홍성 시인 / 그리울 땐

 

 

그리울 땐 비에 젖지 마라

비를 맞으면 아픔이 된다

흠뻑 비에 젖은 사람이 오들오들 떨다가

이불 뒤집어쓰고 일어나지 못한 사람 보았다

비가 내리는 날 바닷가에 가보면 안다

푸른 바다도 구름 뒤집어쓰고

괴로워 철퍼덕 철퍼덕 안스럽도록 끙끙 앓고있다

 

 


 

 

김홍성 시인 / 기다림이라는 것은

 

 

아픔이 비켜선 자리는

향기로움의 꽃을 피우고

기다림의 긴 시간이 있었던 자리는

아름다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기다림이 없는 날이 없었고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기에

나뭇잎처럼 바스락이는 추억이있습니다

아무리 긴 기다림이라 한들

지나고 보면 모두가 아쉬움과

가슴 설레임 뿐입니다

 

기다림은 집착이 아니라

삶속에서 자연히 엮여지는 기다림입니다

구수하고 맛나는 밥도 뜸들이는

소중한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더디오는 기다림이라 한들

길고 긴 시간의 끝자락에는

푸른 잎은 돋아나고 있다는 것을

살아가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산고 였고

삶의 그 자체가 기다림이라는 것을

 

 


 

 

김홍성 시인 / 깊은 영혼의 떨림

 

 

잎과 잎 사이만큼

그대께 닿으려는

깊어진 가슴 흔들림이

떨림이었네

 

달과 별을 품은 호수는

숨이 멎을 것처럼

고요할 것만 같아도

부담스럽도록 빈틈없이 꽉 찬

저 깊은 울림이

 

말없이 쏟아내는

찻잔 속의 뜨거운 그 깊은

무언의 향기로 그대 부르니

그럴수록 마음의 떨림이 깊어

누군가가 가슴으로 걸어 나오는데

 

사랑한다고 말했었어도

지금껏 떨림으로 남아 있었을까

가슴에 묻고 그렇게 조용히 돌아왔 건만

여전히 깊은 영혼 속의 떨림

영원히 지지 않는 꽃으로 남아

가슴에 하얗게 흔들리고 있었네

 

 


 

 

김홍성 시인

1954년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1984년 <반시>로 등단. 전문 잡지 기자 출신. 월간 <사람과 산> 편집주간. 현재 미디어피아 전문 작가로 활동하면서 '피케 기행' 시리즈를 연재. 시집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 산문집 <꽃피는 산골> <히말라야, 40일간의 낮과 밤> 등. 월간 <사람과 산> 편집주간을 마지막으로 잡지편집 일을 그만 두고 네팔로 이주,카트만두에 살다가 귀국하여 현재는 경기도 포천에서 지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