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선 시인 / 후유증
‘결코’라는 한 마디에 여자는 2장과 3장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정녕’과 ‘결코’, 그 사이 큰 구멍으로 최초의 여자가 실족했다 그가 넌지시 던진 첫 열매는 거짓이었다 달콤한 거짓을 쪼개먹고 우리는 자꾸 진실을 배설했다 쌓인 배설물은 거름 밭이 되고 거짓이 열렸다 반으로 쪼개보니 모든 씨눈은 최초로 쏠려있다 그가 잠든 사이 우리는 거짓에 빠져 한바탕 놀아났다 누구랄 것 없이 그저 눈대중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 그 여자의 갈비뼈 사이즈는 아무도 몰랐다
갈비뼈를 잘못 맞춰 하이힐에 걷어차인 남자는 아직도 3장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여자를 고집한다 아직도 최초의 결말을 보지 못한 남자, 갈비뼈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어 상처가 욱신거린다 다시는 차이고 싶지 않다며 먼 나라에서 데리고 온 구억* 첫 생일선물 하이힐을 신고 먼저 신었던 구억을 못 잊어 야반도주했다 첨부터 맞지 않는 신발인 줄 모르고 ‘결코’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남자 그는 아직도 달콤한 혀로 어둠을 깨물면 그 여자가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갈수록 짙어지는 '정녕‘의 심장은 아귀힘으로 쪼개지 못해 그의 최초는 최후의 거짓으로 봉인되고
*베트남 전통신발
웹진 『시인광장』 2014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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