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 시인 / 바람의 색깔
물크러진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임종이 머지않았습니다, 의사가 나간 후 저녁으로 나온 멀건 죽을 떠 먹였다 냄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한 때 바삭바삭 씹히는 콘프레이크 같았다 팬티만 입고 추는 맘보춤이거나 여자의 광대뼈를 빛나게 하는 펄 쉐도우였다 스카프 끝에 매달려가는 수컷 인플루엔자일 때도 있었다
나는 그의 맨홀에 빠진 뚜껑이었고 광장에서 치솟아 오르며 우는 분수였다 역광 속으로 사라지는 여우비였고 장롱 밑 신문지에서 녹은 나프탈렌 이었다
그물을 뚫을 듯 팔딱거리던 새파란 물고기의 때를 지나는 동안, 그는 냄새였다 꽃으로 위장한 썩지 않는 색깔
빨간 팬티 같은 양파망을 뒤집어쓴 수수 알 조 알 들 주르르 한 생이 흘러내릴 듯 숟가락을 물고 기저귀를 다 적시고 흘러 넘쳐 그는 밤꽃 같은 눈으로 지린 바다를 풀어놓고 있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4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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