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성 시인 / 연애시
뱀을 보는 순간이 있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던 거야. 그때 너의 얼굴 말이야 커다란 몸과 알 수 없는 혀를 가지고 목구멍을 꽉 메우고 있는 하얀 침묵의 덩어리
믿을 수 없어 눈을 깜박이는 순간이 있어 거울의 틈새에서 부는 휘파람처럼
뱀을 보는 순간이 있어
자정의 희고 긴 팔이 불쑥 튀어나와 백지 위에서 구불거리는 검은 뱀을 찢는 순간이
연애시를 쓰는 순간이 있어 어떤 고요를 향해 더듬거리며 다가가는
웹진 『시인광장』 2014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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