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찬 시인 / 빗소리라는 철학서
빗소리 만큼 두꺼운 책도 없다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예 빗소리를 펼쳐 보지도 않을 것이다 라면이나 끓여서 그 위에 올려 놓을 것이 분명하다 파리나 잡는데에 간혹 사용 할 것이다 빗소리 첫 장에는 이렇게 써져 있다 책 첫 장을 열 힘도 없는 자는 먹지도 말라 그런데 책 첫 장을 열 힘은 평생에 한 번 찾아 올 것이다 역도 선수도 들지 못한 빗소리의 첫 장은 자동적으로 내려오는 내 눈꺼풀과 너무도 닮아있다 어떤 때는 빗소리를 들고 서 있으면 경로석에서 조차 자리 양보할 때도 있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빗소리라는 철학서.
웹진 『시인광장』 2014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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