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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허형만 시인 / 입맞추기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6.

허형만 시인 / 입맞추기

 

 

오늘도 출근하기 전에 아들놈

껴안고 입맞추기

아랫도리를 벗기고

엉덩이랑 똥구멍까지에도 입맞추기

일기예보는 청명 출근길은 정상

기분상태 양호 아직도 풀잎은 초록

전봇대도 가로수도 품안 가득 품고

입맞추기

길바닥에 널린

달래 보리 풋나물에도 입맞추기

우리네 위대한 황토땅에도(교황성하처럼 근엄하게는 말고) 으스러지게

입맞추기

사람이라면 사람 누구나

그것이 비록 북풍이거나 창칼이거나

아님 시래기국이거나 라면일지라도

사람으로 치고 입맞추기

사람네 영혼로 치고 사람네 가슴으로 치고

뜨겁게 뜨겁게 입맞추기

내 새끼 똥구멍 빨며 입맞추듯

이 세상 모든 살아 숨쉬는 것과

이미 죽어 숨 끊어진 것과 이 세상

모든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것들을 위하여

온 몸으로 온 몸으로 입맞추기

땀 흘리며 햇살로 희망으로 입맞추기

 

 


 

허형만 시인

1945년 전남 순천에서 출생. 중앙대 국문과와  성신여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73년《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청명』, 『풀잎이 하나님에게』, 『모기장을 걷는다』, 『입맞추기』, 『이 어둠속에 쭈그려 앉아』, 『공초』, 『진달래 산천』,  『풀무치는무기가 없다』 등과 시선집으로 『새벽』, 활판시선집 『그늘』 등과 평론집으로 『시와 역사 인식』, 『영랑 김윤식 연구』 등이 있음. 한국시인협회상, 영랑시문학상, 한성기문학상, 전라남도 문화상, 우리문학작품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목포대학교 인문과학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