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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기 시인 / 커피를 볶다
생두를 볶아대자 푸르던 시절이 다 지나갔다는 듯 검게 그을린 얼굴을 내밀며 열기가 가득이다
비릿한 발걸음이지만 그만큼 볶였으면 무슨 향기라도 낼 것이다 생두가 원두가 되는 성을 갈아 엎는 패륜의 시간이 지나면 낮은 자세로 뜨거운 세례를 받고 우리 이제 그만 죄를 뉘우치자
뜨거운 햇살 아래 빈곤한 손에게 지은 죄가 얼마인가 한 잔의 여유를 곁에 두고자 저렴한 생계를 끌고 온 사연은 또 얼마나 마실 것인가 절절하게 내려지는 물로 씻어도 사라지지 않고 퍼지는 가난한 햇살 한줌의 향기에 취한다
거르고 남은 찌꺼기는 후회하는 하루를 건조하며 슬프게도 끝까지 남아 굳어진다
아프리카 어느 가난한 농장의 작은 심장이 뜨겁게 내 목젖을 따라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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