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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욱 시인 / 법전의 역습
켜놓은 전구로도 어두운 창 없는 쪽방이었다 후덥지근한 열대야의 오후 밀폐된 방이 흘리는 땀으로 후줄근해져 누워 있는 사내 법전처럼 너덜거린다 그는 해마다 考試에 떨어진 뒤, 가장 중요한 건강을 잃었고 조금씩 말라가는 몸은 부식된 방바닥의 한 부분처럼 곰팡이가 번졌다 그가 만진 법전들은 오래전에 꺼진 등불이다 법전 속 빨간 밑줄을 모아 새끼를 꼰다 며칠 후 그의 목에는 몇 권 분량의 긴 이야기들이 감겨있었다 일주일 동안 환풍기에 목이 매달려도 두 눈 부릅뜬 채 일몰하는 법전 속을 노려본다 법전, 그 어디에도 사내의 행복추구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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