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이영광 시인 / 빙폭(氷瀑) 1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7.

이영광 시인 / 빙폭(氷瀑) 1

 

 

서 있는 물

물 아닌 물

매달려

거꾸로 벌받는 물,  

무슨 죄를 지으면

저렇게 투명한 알몸으로 서는가

출렁이던 푸른 살이

침묵의 흰 뼈가 되었으므로

폭포는 세상에 나가지 않는다

흘려보낸 물살들이 멀리 함부로 썩어

 

아무것도 기르지 못하는 걸 폭포는 안다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창비300

 

 


 

 

이영광 시인 / 물불

 

 

1억 5천만 km를 날아온 불도 엄연한 불인데

햇빛은 강물에 닿아도 꺼지질 않네

물의 속살에 젖자 활활 더 잘 타네

물이 키운 듯 불이 키운 듯한 버드나무 그늘에 기대어

나는 불인 듯 물인 듯도 한 한 사랑을 침울히 생각하는데

그 사랑을 다음 생까지 운구(運柩)할 길 찾고 있는데

빨간 알몸을 내놓고

아이들은 한나절 물속에서 마음껏 불타네

누구도 갑자기 사라지지 않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이

저렇게 미치는 것이 좋겠지

저 물결 다 놓아 보내주고도 여전한 수량(水量)

태우고 적시면서도 뜯어말릴 수 없는 한 몸이라면

애써 물불을 가려 무엇하랴

저 찬란 아득히 흘러가서도 한사코 찬란이라면

빠져 죽든 타서 죽든

물불을 가려 무엇하랴

 

노작문학상 수상작품

 

 


 

이영광 시인

1967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고려대 영문과 및 同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 〈빙폭〉 외 9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직선 위에서 떨다』(창비, 2003)와 『그늘과 사귀다』(랜덤하우스, 2007),『아픈 천국』(창비, 2010), 『나무는 간다』(창비, 2013)가 있음. 2008년 제8회 노작문학상, 2011년 제11회 지훈상, 2011년 미당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