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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함기석 시인 / 첫 키스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7.

함기석 시인 / 첫 키스

 

 

너의 입술에서

장미꽃이 피어난다

새들이 날아오른다

새들이 날아가는 호수가 보인다

눈이 예쁜 물뱀 하나 뭍으로 올라온다

꽃밭을 지난다

앵두밭을 지난다

탱자나무 울타리 지나 내게로 온다

흰 벽돌담 넘어 내게로 온다

미끈미끈 내게로 다가오는 어린 뱀은

미끈미끈 내게로 다가오는 너의 혀

두근두근 내 입술에 살을 비빈다

나의 입술에서

빠알간 금붕어들이 쏟아진다

빠알간 코스모스 꽃잎들이 쏟아진다

아 가을이다

나는 손을 쭈욱 뻗어

구름을 따 네 눈에 넣어준다

해와 달을 따 네 입에 넣어준다

하늘 가득 아름다운 피아노소리 울려 퍼진다

 

 


 

함기석 시인

1966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 1993년 한양대학교 수학과를 졸업. 1992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국어선생은 달팽이』(세계사, 1998)와 『착란의 돌』(천년의시작, 2002), 『뽈랑공원』(랜덤하우스, 2008) 그리고 동화 『상상력 학교』(대교출판, 2007)가 있음. 2009년 제10회 '박인환문학상' 수상. '제14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