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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구상 시인 / 어른 세상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7.

구상 시인 / 어른 세상

 

 

네 꼬라지에 어줍잖게

그리 생각에 잠겨 있느냐고

비웃지 말라.

 

내가 기가 차고 어안이벙벙해서

말문마저 막히는 것은

 

글쎄, 저 글쎄 말이다.

이른바 어른들이 벌리고 있는

이 세상살이라는 게, 그 모조리

거짓에 차있다는 사실이다.

 

저들은 정의를 외치며 불의를 행하고

저들은 사랑을 입담으며 서로 미워하고

저들은 평화를 내걸고 싸우며 죽인다.

 

 

내가 주제넘어 몹시 저어되지만

어느 분의 말씀을 빌려 한마디 하자면

 

저들이 어린이 마음을 되찾지 않고선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가 없듯이

저들이 어린이 마음을 되찾지 않고선

이 거짓세상의 그 덫과 수렁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구상(具常 1919년-2004년) 시인. 언론인

본명 구상준(具常浚). 호(號)는 운성(暈城). 1919년 9월 16일 일제 강점기 일제 강점기 경성부 출생. 1941년 일본대학 종교과를 졸업했다. 1946년 원산문학가동맹에서 펴낸 동인시집 〈응향 凝香〉에 〈길〉·〈여명도 黎明圖〉·〈밤〉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여기에 실린 작품들이 강홍운·서창훈 등의 시와 함께 회의적·공상적·퇴폐적이라는 이유로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으로부터 '반동작가'로 몰리자 이듬해 월남했다. 〈백민〉에〈발길에 채인 돌멩이와 어리석은 사나이〉(1947)·〈유언〉(1948)·〈사랑을 지키리〉(1949) 등을 발표했으며, 〈영남일보〉·〈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지냈다. 1951년 첫 시집 〈구상시집〉을 펴냈고, 1956년 6·25전쟁을 제재로 한 시집 〈초토의 시〉를 펴내 1957년 서울특별시문화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