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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기석 시인 / 실내악
고양이 체셔가 웃으며 건반 위를 걷는다 연주가 시작되고 오르간 양쪽에 불이 켜진다 양초 대신 손이 꽂혀 타는 두 개의 촛대
오르간 앞엔 팔 없는 소년 ( )가 앉아 있다 괄호의 눈에서 푸른 쇠구슬이 반음 차로 떨어질 때마다 체셔는 체셔체로 걸음을 옮긴다
원 스텝 투 스텝, 반음 쉬고 흰건반 검은건반, 다시 반음 쉬고 점프해 발을 바꾸는데 음에 맞춰 혀를 날름거리는 사색가가 나타난다
꿈틀거리는 이 침묵은 붉은 줄무늬가 또렷한 뱀이다
고양이가 앞발로 톡톡 건드리자 뱀은 머리를 빳빳이 세우고 체셔의 웃음과 ( )의 사라진 팔을 번갈아 쳐다본다
체셔는 웃으며 다시 체셔체로 걷는다 건반 사이에서 날개 가득 ( )색 피를 묻힌 새가 날아올라 밤의 동공 속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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