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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미 시인 / 풍경과 상처*
후미진 골목길에 갈 곳 잃은 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빗물에 퉁퉁 불은 간판이 우스갯소리를 한다
얼기설기 엉켜있는 상처가 웅크리고 앉아 깜박깜박 졸고 있다 축축한 냄새가 제집처럼 자리 잡고 실금이 꿈틀거리는 벽에서 꽃들이 핀다
꽃의 숨통을 조이는 시곗바늘이 허락하지 않은 풍경들
저만치 앞서 피어 있는 어린것들의 볼우물이 길가의 망초꽃 한 아름 같다
한때의 첫사랑도 지워진 늙은 얼굴들이 침침하게 누워있다 커다랗게 입 벌리고 있는 승강기 속으로 스미듯 빨려 들어가는 숨소리에 풍경은 없다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 제목
『시산맥』(2017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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