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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시인 / 제비에게 세를 주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단칸집이다 시름시름 기울어가던 처마 끝이다
진흙둥지 되바르며 보수공사에 여념이 없는 제비 한쌍 신접살림을 차렸다
부스스 일어나 올려다보면 밤낮으로 깨소금을 떨어뜨린다
이 허름한 적산가옥에 세를 들어 온 두 내외 덕분에 가난한 나도 이제는 어엿한 집주인이 된 셈인가
관리 한번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방을 빼지나 않을까 전전긍긍 방세 대신 꼬박꼬박 챙겨주는 새울음소리를 염치없이 받아쓰고 있는 나도 이제는 집주인으로서의 그 알량하고 딱한 체면이라는 걸 알게 된 셈인가
달빛이 두루마리 화장지를 들고 와서 하룻밤 묵었다 간 뒤다
시집 <목련 전차>2006년[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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