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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손택수 시인 / 제비에게 세를 주다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7.

손택수 시인 / 제비에게 세를 주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단칸집이다

시름시름 기울어가던 처마 끝이다

 

진흙둥지 되바르며

보수공사에 여념이 없는 제비 한쌍

신접살림을 차렸다

 

부스스 일어나 올려다보면

밤낮으로 깨소금을 떨어뜨린다

 

이 허름한 적산가옥에 세를 들어 온 두 내외

덕분에 가난한 나도

이제는 어엿한 집주인이 된 셈인가

 

관리 한번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방을 빼지나 않을까 전전긍긍

방세 대신 꼬박꼬박 챙겨주는

새울음소리를 염치없이 받아쓰고 있는 나도

이제는 집주인으로서의 그 알량하고 딱한

체면이라는 걸 알게 된 셈인가

 

달빛이 두루마리 화장지를 들고 와서 하룻밤 묵었다 간 뒤다

 

시집 <목련 전차>2006년[창비]

 

 


 

손택수 시인

1970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출생. 경남대학 국문과 졸업.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언덕위의 붉은 벽돌집>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호랑이 발자국』(창비, 2003)과 『목련전차』(창비, 2006) 그리고 시집 『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사, 2010) 등이 있음. 부산작가상, 현대시동인상, 제22회 신동엽창작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