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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창옥 시인 / 방향지시등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8.

한창옥 시인 / 방향지시등

 

 

 검은 피부의 섹슈얼도, ‘안마그렛’의 웨이브 머릿결도,

 타인의 멋은 보이지 않았다.

 

 하이힐 톡톡 튀기며 흥을 안겨주는 어느 시인의 토끼 춤도,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로 허공을 치는 열창에도,

 

 그 귀한 결정체들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예측 못한 속도로 휙휙 돌아가는 꽁무니만 따르다가 꽈당! 부딪치고 나서야 좌우를 살피게 되었다.

 한 때 콩깍지 눈에 끼고 가슴 뻐근토록 휘달렸지만 더듬어가야 할 눈이 뜨였다.

 

 하얀 피부의 생머리라도 젊음의 발아도

 소중한 것은 한 수 접은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

 

 


 

 

한창옥 시인 / 이탈(離脫)

 

 

 잔잔히 밀어도 될 것을

 가는 발길 되돌리지 못함도

 영하13도 수은주의 뺨으로 흐르는

 뜨거운 그것이었지

 

 내 안에서 함부로 잘라내는 인연이라면 믿음의 쇠락은 무서움일지도 몰라, 마음의 빛바램은 운명이지만 햇볕을 달라거나 비를 멈추게 할 순 없어, 미세한 세포까지 길들여진 처음 그것처럼 조율되지 않는 생존의 각도를 예약하고, 온 몸 흔들어보는 거야 입술에 경련이 나도록

 

 어리석은 탕아처럼 바람의 알레르기를 일으키진 마!

 

 어울리지 않는 짓은 너무 슬퍼,

 

 되돌리지 않는 메아리의 숨죽임도

 떠날 때 공허함 다가올 땐 모르지

 말없이 왔다 가고 다시 오는 모든 것들,

 

 


 

한창옥 시인

서울 출생. 2000년 시집 『다시 신발 속으로』로 등단. 시집으로 『빗금이 풀어지고 있다』(현대시시인선62)가 있음. 계간 『부산시인』 편집주간 및 계간 『주변인과 시』 발행인 겸 편집주간 역임. 현재 『포엠포엠』 발행인 겸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