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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고경숙 시인 / 북향화―목련의 전설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0.

고경숙 시인 / 북향화―목련의 전설

 

 

핏기 없는 두 발이 산을 넘을 때

저녁이 오고 있었나요

북쪽에 있는 그대는 푸른 바다의 神

여덟 개의 손으로 바람을 만지고 그 바람이

내 어깨를 만져요

하늘과 지산의 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모래알이 일렬로 늘어놓아요

그래도

촛불처럼 꽃등을 들고 나는 그대에게 가요

유령이 돌아오는 저녁이 만류하는 그 길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걸어요

그대는 어디 있나요

거기 그대!

그대의 곁까진 차마 바라볼 수 없어

흩눈으로 울어요

지상에서의 마지막은

산모롱이 환하게 꽃손짓하는 그곳이에요

억겁이 지나 다음 生에는

界를 넘어 그대를 찾아 갈 수 있도록

하얀 날개옷 표식으로 걸어둘게요

 

나를 잊지 말아요

 

 


 

고경숙 시인

1961년 서울 출생. 2001년 계간 《시현실》로 등단. 시집으로 『모텔 캘리포니아』(2004), 『달의 뒤편』(2008), 『혈穴을 짚다』(2013), 『유령이 사랑한 저녁』(2016)이 있음. 수주문학상, 두레문학상,경기예술인상, 희망대상(문화예술부문), 한국예총 예술문화공로상 수상. 부천예총 부회장,수주문학상운영위원장, 부천시 문화예술위원, 부천의 책 도서선정위원장, 부천신인문학상운영위원, 부천시립도서관 운영위원, 부천펄벅기념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