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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봉 시인 / 내 고고학의 한때
전시된 느낌으로 동굴은 수 세기 동안 수장되어 있으므로
온몸이 출입금지였으니 비문을 떼어내고
무료 관람으로 전환할 때쯤
그림자를 덮으며 어둠이 된 멱목(?目)이 환한 벽화가 된 것은
퇴적층을 유영하는 껴묻거리거나 찌르고 갈라져도 기록되지 않은 슴베지르기여서
물고기의 젖은 눈빛에 점멸되는 일상은
내 고고학의 한때 늙은 수액을 쥐어짠 바윗돌처럼 흐르지 않고 늘 제 자리에 있으므로
김대봉 시인 / 무인카페
한낮에 도두동* 먹거리가 철썩거리며 나를 찾네 자판기 커피만을 생각하다 탁자가 있는 찻집을 보고 구름 속으로 돌아가고 만 댕그런 햇살 간직한 차일遮日을 거두고 나면 공중이 어딘지 몰라, 너는 알아 내 귀가 화알짝 벌렁하네 어디선가 파도를 먹은 두더지 구들장과 천장을 맴도는 그런 카페에서 어머니의 삶을 운구할 허방을 찾고 있네 두 잔 같은 한 잔의 차가 물고기 비늘처럼 흐물거리네 탁자 위 무크지mook誌, 등자죽이 축축하게 오르고 해안도로 고불고불 사랑초草가 무럭무럭 자라네 드나드는 경고등에 실려 온 가을의 행간에 구름을 넣을 수 있는 자간이 있는 걸까 욕창을 사위하는 식탐에게 장침을 쑤셔 보지만, 쓰읍 구름이 한 잠자는 사이 나는 차디차게 휘어지네 꽁무니부터 잘려 나가는 찻잔 속 자연산 건덕지 갈매기 울음이 목 좋은 길목의 호래자식처럼 울려 퍼지고 밀물이 달아나기 전, 한 잔의 시간은 모금모금 나가네 벗집**에서 반숙되어 튕겨져 나가는 통통배 가로막 부위로 새참 같은 내 오래된 가요가 흘러나오고.
* 도두동 : 제주시 해안에 위치한 행정동 ** 벗집 : 소금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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