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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대봉 시인 / 내 고고학의 한때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8.

김대봉 시인 / 내 고고학의 한때

 

 

전시된 느낌으로

동굴은 수 세기 동안 수장되어 있으므로

 

온몸이 출입금지였으니

비문을 떼어내고

 

무료 관람으로 전환할 때쯤

 

그림자를 덮으며 어둠이 된 멱목(?目)이 환한 벽화가 된 것은

 

퇴적층을 유영하는 껴묻거리거나

찌르고 갈라져도 기록되지 않은 슴베지르기여서

 

물고기의 젖은 눈빛에 점멸되는 일상은

 

내 고고학의 한때

늙은 수액을 쥐어짠 바윗돌처럼 흐르지 않고

늘 제 자리에 있으므로

 

 


 

 

김대봉 시인 / 무인카페

 

 

한낮에 도두동* 먹거리가 철썩거리며 나를 찾네

자판기 커피만을 생각하다 탁자가 있는 찻집을 보고

구름 속으로 돌아가고 만 댕그런 햇살

간직한 차일遮日을 거두고 나면

공중이 어딘지 몰라, 너는 알아

내 귀가 화알짝 벌렁하네

어디선가 파도를 먹은 두더지

구들장과 천장을 맴도는 그런 카페에서

어머니의 삶을 운구할 허방을 찾고 있네

두 잔 같은 한 잔의 차가 물고기 비늘처럼 흐물거리네

탁자 위 무크지mook誌, 등자죽이 축축하게 오르고

해안도로 고불고불 사랑초草가 무럭무럭 자라네

드나드는 경고등에 실려 온 가을의 행간에

구름을 넣을 수 있는 자간이 있는 걸까

욕창을 사위하는 식탐에게 장침을 쑤셔 보지만, 쓰읍

구름이 한 잠자는 사이 나는 차디차게 휘어지네

꽁무니부터 잘려 나가는 찻잔 속 자연산 건덕지

갈매기 울음이 목 좋은 길목의 호래자식처럼 울려 퍼지고

밀물이 달아나기 전, 한 잔의 시간은 모금모금 나가네

벗집**에서 반숙되어 튕겨져 나가는 통통배 가로막 부위로

새참 같은 내 오래된 가요가 흘러나오고.

 

* 도두동 : 제주시 해안에 위치한 행정동

** 벗집 : 소금막

 

 


 

김대봉(金大鳳) 시인

서울 출생. 연세대학원 석사 졸업. 2010년 《영주일보》 신춘문예,《유심》으로 등단. 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