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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랑 시인 / 청도역 농기구박물관에 가다
초가지붕 위에 간신히 올라간 호박꽃들 두 레일의 울음소리 게워낼 무렵 다시 돌아오고 싶어 떠나는 것일까 물레, 풍로, 망태기…… 그들은 가끔 행인의 길들을 묶어놓고 햇살 눈부신 한때 얼굴씻곤 하는데 엎어져 울고 있는 강같은 나의 뒷모습 길 만들며 가는 바람에게 던져주랴 제 몫의 무게 보따리 내려놓듯 풀어버리는 날, 어느 곳에서 꽃뱀처럼 또아릴 틀고 앉아 동아줄로 꼬아온 사연을 풀까 오늘은 깃털 하나로 뽑혀지고 싶다 비어 있는 그 자리 한움큼 햇살 퍼담으며 산의 가슴 아래 머리 기대고 잠드는 갈대잎들 낮밤 그들처럼 호루라기소리 불어대는 역무원 곁에서 달려오는 시간 북북 찢으며 나의 우중충한 영혼 넘겨주고 싶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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