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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숙 시인 / 꽃들은 죽으려고 피어난다
잠을 잔다 가벼운 눈꺼풀 위로 꿈을 불러 있는 힘껏 손과 발 털면서 도망친다 누워서 바라보는 세상은 기울어졌다 벌곃게 솟구치는, 꽃들은 무얼 찾아 오늘까지 왔을까? 가벼워지고 싶은 날, 죽은 듯이 모로 누워 자고 또 자고, 깊이 잠들어서 내 속에 잠을 몽땅 비워버린다면 그래서, 그런다면, 혹시, 알 수 없는 그곳에서도 나는 말짱하게 되살아나 내가 다시 비워져서 그림자처럼 되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육신이 훅, 하고 해방되는 날 나는 정말 슬프지 않아도 되는 걸까, 꿈은 땅 속으로 머리를 풀고 생각은 생각이 없는 곳으로 까맣게 꼬리를 끌어도,
손현숙 시인 / 담쟁이
온몸으로 너를 더듬어서 변변한 꽃 한번 피워내지 못했지만 상처 많은 내 가슴 내 손으로 만지면서 담장 끝 너를 보듬어 오르다 보면 그때마다 사랑이니 뭐니 그런 것은 몰라도 몸으로 몸의 길을 열다 보면 알 길 없던 너의 마음 알 것도 같아 캄캄했던 이 세상 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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