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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연우 시인 / 많아지면서 우리는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1.

강연우 시인 / 많아지면서 우리는

 

 

눈이 자주 감겼다 자주 누웠고 번번이 나는 흘러내리고 싶어 했다 이불을 덮는 일이 상처에 시간을 발라 두는 일 같아 몸은 체온과 어색해했다 간혹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웠지만 행운목에 슨 곰팡이는 그냥 두었다 균사, 줄기, 포자자루, 포자 백과사전에서 몇 번 곰팡이에 관해 찾아 읽었지만 나처럼 직유법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공사가 한창인 집 밖의 타공 소리는 아무리 구부려도 뾰족했고 여지를 두는 일보다 마음가짐을 갖기로 하는 내가 무서워졌다 플랫폼 5-3, 문래, 목화, 교사校舍, 분필, 도서관, 그림책 어제와 오늘과 내일 당신이어서 당신 아니었을 리 없을 것들을 엽서에 적으며 아프다는 말이 그럴듯해 나는 입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당신도

 

당신을 비집고 나오고 싶어 했을지

 

눈이 눈과 가까워지려 하는 그때 한 번

 

만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많아지고 있었다

 

 


 

 

강연우 시인 / 맨도롱 하우꽈?*

 

 

바다가 소금기를 잃어가고

육지가 발자국을 잃어간다

 

옴팡밭

 

수선화의 비명이

노랗게 채록된

 

바람의 억양

 

기억을 되돌릴수록 시간은 너른 묘지를 갖는다

 

애기 무덤에 괴인 작은 돌들의 울음에

나무 잎사귀가 가만, 귀를 대어주는 오후

 

자분자분 햇발에 어슷 누운 그림자

그곳에 두 무릎을 꿇으면

 

첨벙, 첨벙 소리

 

동그랗게 만 등뼈도 눈물방울을 닮았다

 

신열을 앓는 나의 입술로

 

맨도롱 하우꽈?

땅 아래라고 좀 맨도롱 하우꽈?

 

서리서리 말리는 둥근 혀에

잠시 머물다 떠난다는 한 아이의 안부가

달 깊은 새벽까지 오래, 오래

머물러 있다 가고는 하였다

 

*따뜻하세요? 제주도 방언

 

  


 

강연우 시인

2017년 계간 《시와 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