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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시인 / 쥐들의 식탁
쥐를 먹이기 위한 식단의 목록은 끝이 없다 사막과 지중해 절벽에서 자라는 붉은 비늘잎의 스킬라 마리티마, 마전나무 열매의 스티리키닌, 이런 것들을 죽은 새나 잘 익은 과일에 섞는다 늙은 쥐가 먼저 시식을 하고 살아남을 때 다른 쥐들이 먹는다
이번엔 훈제 고기를 잘게 잘라 석회를 섞는다 돼지비계에 붉은빛이 도는 비소를, 혈액 응고를 저지하는 쿠마린을 섞는다 쥐들이 다니는 장소에 물그릇과 함께 갖다 놓는다 그러나 쥐들은 안다, 맛없는 것은 몸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동이 트자 군인들은 유령처럼 하얀 작업복을 입고 방독면을 쓰고 들로 나간다 모든 구멍에 가스를 주입한다 수천 마리의 쥐들이 밖으로 나온다 눈이 타버린 쥐들은 군인들에게 죽는다
그래도, 쥐는 살아남는다 파라티푸스를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을 쥐의 서식지에 뿌린다 그런데 쥐의 오줌을 통해 지구상에 파라티푸스가 퍼진다 도마뱀, 비둘기, 토끼, 돼지, …… 인간에게까지
최근의 식단은 불임 식품이다 메탄올, 에스트로겐, 황체호르몬, 이것을 먹으면 수컷은 고환이 위축되고 암컷은 새끼를 낳지 못한다
털을 가꾸고 윤을 내고 몸치장하느라 하루를 보내는 쥐들에게 이제, 맛있게 먹이는 일만 남았다 !
계간 『문학들』 2020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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