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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음 시인 / 4 O'clock Flower-분꽃처럼
오후 4시에 피는 분꽃처럼 작은 도자기 안에서 분꽃이 피어난다
분꽃 핀 동네는 어디나 고향 같다 우물가 장독대 옆 꽃밭에서 작은 등불 같은 몸을 세워 마당을 밝히던 언제나 내 안에서 웃고 있는 꽃
누렇고 검은 얼굴의 도자기 두 점 평평하고 주름 잡힌 검버섯 핀 얼굴 오후 4시가 되면 분꽃 향내 속에 피어난다
모양도 색도 어느 것 하나 탐낼 것 없는 지난날들이 분꽃처럼 피어난다
나고음 시인 / 수채화 변천사
내년 첫 눈 오는 날, 다시 백일홍 피는 날 다음 비 오는 날, 다음 머리 자르는 날 그를 만나기로 했다
홍수가 나던 그 해, 불어난 물 위로 돼지가 떠내려가던 그 해, 그네 뛰다 떨어진 그 해, 오빠가 군에 간다고 엄마가 부엌에서 울던 그 해. 일과 기억이 함께 한 때 기억과 행동이 삐걱대지 않던 날들
덧칠하지 않은 맑은 수채화였다
미디어와 투자에 민감한 액티브 시니어의 셈법을 본 날 나이 먹는 것도 자유롭지 못해 Wish List를 썼다가 Bucket List를 썼다가...
비처럼 쏟아지고 싶어 아르쉬지紙에비 오는 날을 그린다 직강하 하는 비가 흙에 튀면서 회색 숨소리를 뿜어낸다 황목, 거친 화지?紙의 질감을 타고 올라오는 색채의 깊이가 안개처럼 때로는 연기처럼 가슴에 스며든다
가벼이 그리운 날과 만나려던 마음은 덧칠에 덧칠
우중충한 수채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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