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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진 시인 / 사막의 내력
아내의 뒤꿈치는 일기장이다 그것도 금이 쩍쩍 간 일기장 밤마다 낡은 펜대에 사포를 감아 긁어내는 발 살아온 이력이 빼곡하다 부슬부슬 떨어지는 고단한 생의 문장 분주히 걸어온 발바닥에 스며들지 못한 상처도 그녀를 눅진하게 녹이지는 못했다 그녀의 발자국은 늘 건조하다 무릎걸음으로 그 발자국을 따라가면 발해만을 지나 몽골제국의 대평원을 지나 고비사막 어디쯤에서 별빛이 된다 부드럽지 못한 기억 한 입 모래알로 서걱거리는 땅 걸어온 시간이 사구처럼 솟구쳐 올라 시야를 가리는 그곳에서 아내는 발바닥을 깎아 일기를 쓴다 돌아갈 여력도 없이 자신을 소진해 버리는 사람 새벽이 되어서야 당도하는 짧은 휴식의 땅 포근한 솜털의 밤은 느리게 찾아와 억 만년 사막의 내력을 별빛으로 속삭일 때 그녀가 털어 낸 뒤꿈치의 내력이 모래 바다로 출렁거린다
남상진 시인 / 착시[錯視]
한껏 부풀었다가 사그라지는 생이었다 취향대로 아침을 당기거나 저녁을 요리하며 어둠을 건너가는 발자국들 나는 어둠을 건너온 생들을 경배한다 역사는 어둠을 배경으로 진화했고 어둠의 양분은 종족번식의 밑거름이 되었고 어둠 속에서만 화해가 이루어졌다
다리를 뻗어도 생각을 오므려도 우물 안인 개구리가 번식 철도 아닌데 오래도록 유리창에 붙어있다 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 밑 투명한 창에 갇힌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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