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지혜 시인 / 무언의 깊이
소리 나지 않는 것이 더 큰 소리를 낸다
요란한 목탁소리보다 조용한 절간 댓돌위에 가지런히 놓인 흰 고무신이 더 소리가 깊다
흰 고무신보다 산등성이 여기저기 깨지고 터진 바위 무더기가 더 소리가 깊다
바위 무더기보다 빈 골목, 하염없이 달 쳐다보고 가만 앉아있는 개의 동공속이 더 깊다
개의 동공속보다 혼자 굴러가는 외바퀴 휠체어 저 만월이 더 깊다
그러나 배고픔도 고통도 말하지 않는 케테 콜비츠* 판화속의 굶주린 어린아이들, 퀭한 그 눈 속이 빈 밥그릇처럼 깊고도 아득하여 이미 오래 전 닫혀버린, 소리 잃은 입술들
그 캄캄한 무언이 뼈를 깎듯 더 아프고 깊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5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구광렬 시인 / 걸레 외 2편 (0) | 2021.08.10 |
|---|---|
| 곽재구 시인 / 섬 외 5편 (0) | 2021.08.10 |
| 곽경효 시인 / 떨어지는 것은 눈부시다 외 1편 (0) | 2021.08.10 |
| 공석진 시인 / 하늘과 바다 사이 (0) | 2021.08.10 |
| 함동수 시인 / 라오의 밤 (0) | 2021.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