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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지혜 시인 / 무언의 깊이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10.

신지혜 시인 / 무언의 깊이

 

 

소리 나지 않는 것이 더 큰 소리를 낸다

 

요란한 목탁소리보다 조용한 절간 댓돌위에

가지런히 놓인 흰 고무신이 더 소리가 깊다

 

흰 고무신보다 산등성이 여기저기 깨지고 터진

바위 무더기가 더 소리가 깊다

 

바위 무더기보다 빈 골목, 하염없이 달 쳐다보고

가만 앉아있는 개의 동공속이 더 깊다

 

개의 동공속보다

혼자 굴러가는 외바퀴 휠체어 저 만월이 더 깊다

 

그러나

배고픔도 고통도 말하지 않는

케테 콜비츠* 판화속의 굶주린 어린아이들,

퀭한 그 눈 속이 빈 밥그릇처럼 깊고도 아득하여

이미 오래 전 닫혀버린,

소리 잃은 입술들

 

그 캄캄한 무언이

뼈를 깎듯 더 아프고 깊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5월호 발표

 

 


 

신지혜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02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으로 『밑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와 『토네이도』(상상인, 2020)이 있음. 《뉴욕중앙일보》, 《보스톤코리아신문》, 《뉴욕일보》, 《뉴욕코리아》, 《LA코리아》, 《월드코리안 뉴스》 및 다수 신문에 좋은시 고정 컬럼 연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지 게재 우수작품 지원금 수혜. 세계계관시인협회(UPLI) United Poets Laureate International Member. The Famous Poet Society USA New Millenium Poet 로 선정.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최우수상, 미주시인문학상, 윤동주서시해외작가상 등 수상, 현재 뉴욕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