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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함동수 시인 / 라오의 밤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10.

함동수 시인 / 라오의 밤

 

 

 저녁 해를 푸르게 삼켜버린 메콩강

리조트의 황색등만 겨우 코앞을 밝히고

캄캄한 밤을 울리는 보트소리는

앞을 가늠 할 수 없는 라오의 귀로다

 

*라오(Lao)는 이제

하늘에서나 땅에서 보나

긴 어둠뿐

암흑처럼 잠들어 있다

 

수 천 년을 별처럼 빛나던 고대의 별

라오 왓푸(vat phu)에 가보니

우르르 스러진 찬란한 역사는

널브러진 석조물 사이로 어슬렁거리며

천지사방에 내지른 우공의 배설물과 쓰레기에 묻혀

빛을 잃는 유산들 뿐

 

위대한 인도차이나의 별 라오가

 

누구에게도 지지 않던 라오가

 

적막한 어둠에 갇힌 라오가

 

노을처럼 젖어 있다

 

깨어나지 못한 왕조가 저지른 실수가

이토록 긴 세월 속에 못이 박힐 줄이야

습하고 무더운 열대 우림처럼

라오의 숨통을 움켜쥐고 뒤흔드는 악마는

밤의 제국자들이 아니라

꿈을 삶아 먹은 라오들이다

 

어둠엔 꿈이 없다 꿈은

내일을 지키는 아버지만 꿀 수 있다

왕조가 무너진 뒤에는

그 아버지도 따라 죽었다

 

습하고 무더위에 갇힌 라오여

 

어둠속에 잠자는 라오여

 

빛을 잃은 라오여

 

이제 어둠의 꿈을 깨울 때

수 천 리 길을 잊고 역사처럼 흘러 내려오다가

콘파팽 폭포를 거쳐 대양으로 나가는

메콩강의 힘찬 물줄기를 보라

 

출렁이는 강물의 춤사위는 번영의 물결이며

메콩강은 인도차이나의 르네상스다

힘찬 그 강물과 함께 그대들의 찬란한 민족 얼이

천년을 숨쉰다

 

짙은 어둠속에서

둥근 빛으로 환하게 일어나

다시

아시아의 별이 되고

남아시아의 선봉이 될 것이기에

 

*라오 (Lao)라오스의 원래 국가명

 

웹진 『시인광장』 2021년 5월호 발표

 

 


 

함동수 시인

2000년《문학과 의식》 신인상으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 『하루사는 법』, 『은이골에 숨다』, 산문집『꿈꾸는 시인』, 『사람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공저, 유완희시인『송은 유완희의 문학세계』 연구서 공저.『용인600년 기념문집』이 있음. 경기문학상, 경기예술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