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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동수 시인 / 라오의 밤
저녁 해를 푸르게 삼켜버린 메콩강 리조트의 황색등만 겨우 코앞을 밝히고 캄캄한 밤을 울리는 보트소리는 앞을 가늠 할 수 없는 라오의 귀로다
*라오(Lao)는 이제 하늘에서나 땅에서 보나 긴 어둠뿐 암흑처럼 잠들어 있다
수 천 년을 별처럼 빛나던 고대의 별 라오 왓푸(vat phu)에 가보니 우르르 스러진 찬란한 역사는 널브러진 석조물 사이로 어슬렁거리며 천지사방에 내지른 우공의 배설물과 쓰레기에 묻혀 빛을 잃는 유산들 뿐
위대한 인도차이나의 별 라오가
누구에게도 지지 않던 라오가
적막한 어둠에 갇힌 라오가
노을처럼 젖어 있다
깨어나지 못한 왕조가 저지른 실수가 이토록 긴 세월 속에 못이 박힐 줄이야 습하고 무더운 열대 우림처럼 라오의 숨통을 움켜쥐고 뒤흔드는 악마는 밤의 제국자들이 아니라 꿈을 삶아 먹은 라오들이다
어둠엔 꿈이 없다 꿈은 내일을 지키는 아버지만 꿀 수 있다 왕조가 무너진 뒤에는 그 아버지도 따라 죽었다
습하고 무더위에 갇힌 라오여
어둠속에 잠자는 라오여
빛을 잃은 라오여
이제 어둠의 꿈을 깨울 때 수 천 리 길을 잊고 역사처럼 흘러 내려오다가 콘파팽 폭포를 거쳐 대양으로 나가는 메콩강의 힘찬 물줄기를 보라
출렁이는 강물의 춤사위는 번영의 물결이며 메콩강은 인도차이나의 르네상스다 힘찬 그 강물과 함께 그대들의 찬란한 민족 얼이 천년을 숨쉰다
짙은 어둠속에서 둥근 빛으로 환하게 일어나 다시 아시아의 별이 되고 남아시아의 선봉이 될 것이기에
*라오 (Lao)라오스의 원래 국가명
웹진 『시인광장』 2021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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