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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고두현 시인 / 아버지의 빈 밥상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10.

고두현 시인 / 아버지의 빈 밥상

 

 

정독도서관 회화나무

가지 끝에 까치집 하나

 

삼십 년 전에도 그랬지

남해 금산 보리암 아래

토담집 까치둥지

 

어머니는 일하러 가고

집에 남은 아버지 물메기국 끓이셨지

겨우내 몸 말린 메기들 꼬득꼬득 맛 좋지만

밍밍한 껍질이 싫어 오물오물 눈치 보다

그릇 아래 슬그머니 뱉어 놓곤 했는데

잠깐씩 한눈팔 때 감쪽같이 없어졌지

 

얘야 어른 되면 껍질이 더 좋단다

 

맑은 물에 통무 한쪽

속 다 비치는 국그릇 헹구며

평생 겉돌다 온 메기 껍질처럼

몸보다 마음 더 불편했을 아버지

 

나무 아래 둥그렇게 앉은 밥상

간간이 숟가락 사이로 먼 바다 소리 왔다 가고

늦은 점심, 물메기국 넘어가는 소리에

목이 메기도 하던 그런 풍경이 있었네

 

해 질 녘까지 그 모습 지켜봤을

까치집 때문인가, 정독도서관 앞길에서

오래도록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여름 한낮.

 

 


 

 

고두현 시인 / 월광(月光) 소섬 – 달, 두꺼비

 

 

달빛에 엎드린 그대 곁으로

구름 같은 음악이 흐르고

월광의 은하, 굽이도는 물가으로

뽀얗게 달무리 진 젖빛이 몽긋하다.

앞산 낮은 허리

풍만한 하늘이 덮어

세세토록 둥근 몸 안에

떡두꺼비 아들 하나

자라는 그곳.

 

― 고두현, 〈월광(月光) 소섬 – 달, 두꺼비

 

 


 

고두현(高斗鉉) 시인

1963년 경상남도(慶尙南道) 남해(南海)출생.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3년『중앙일보(中央日報)』신춘문예에 시「유배시첩(流配詩帖)」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늦게 온 소포』『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가 있으며, 2005년 제10회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했다. 1988년부터『한국경제신문(韓國經濟新聞)』기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문화부 차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제10회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