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구효경 시인 / 사건지평 망원경-EHT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11.

구효경 시인 / 사건지평 망원경-EHT

 

 

궁수자리의 발끝을 따라 블랙홀을 걸었다

​우리의 손마디는 블루빛으로 물들어 가지만

​나는 언젠가 메이야스에게서 들었던

​체념된 약속을 떠올렸지

​퀭텡, 손톱 끝이 붉게 묽어가는 걸 그대도 아는가

​반경 1270만km, 장미꽃잎과 튤립꽃잎이 만나는 지점,

​우리는 거길 보라색 장소라 불렀어

그대와 나의 경계지대는 어디일까

​장미감옥과 튤립연옥의 사이가 무너질 때

​우리는 그 틈을 우리만의 블랙홀이라 불렀어

 

​화석 같이 굳은 너에게 우리는 원래

​초월할 수 없는 현실을 등에 지고 태어났다 했지

​그대여, 아픔이 많은 그대에게 천체망원경을 선물하고 싶어, 선물할게

​.나와 너의 그대는 우리.아낌 없는 칭호 '우리

​'우리는 현실을 체념 하더라도

​다른 생명과 그 너머의 현실을 본 적 있어……

​꿈인 듯 몽롱하더라도 약속인 듯 명료하네

​그대여. 우리의 미메시스가 흩어지더라도

​슬퍼하지 말자. 내 맘을 아는가……그대여

 

웹진 『시인광장』 2021년 5월호 발표

 

 


 

구효경 시인

1987년 전남 화순에서 출생. 전남과학대학 화훼원예과 중퇴. 2014년 제3회 웹진 《시인광장》 新人賞 公募에 〈쇼팽의 푸른 노트와 벙어리 가수의 서가〉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현재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 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