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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시인 / 추석날 고향에 가서
들국화 핀골짜기 길을 오르다가구멍 뚫린 철도 하나를 보았다.총소리와 함성이 뒤섞이던삼십오년 전 그날이 철모의 임자는 쓰러졌을까?(들고 간 술 한 잔을그 아래 부어 놓고가을 제사를 지낸다.)이름 없이 죽은 전사의 넋이여그대가 어느 편 사람이었든상관하지 않으마!아, 가을빛 짙은 철원 평야억새풀 흐느끼는 옛 싸움터에오늘은 국경 없는 바람이 분다.
민영 시인 / 유사를 바라보며
내 마음 속의 푸른 연꽃은 시들고 검게 탄 줄거리와 구멍 뚫린 씨주머니만 남았습니다.
저 당홍빛 구름 위에 오롯이 자리하신 부처님
이몸이 떠나야 할 유사의 끝 보리수나무 그늘은 아직도 멀었습니까?
소리개 한마리 허공을 맴돕니다.
민영 시인 / 해지기 전의 사랑
해지기 전에 나 그대 보고 싶으면 산수유꽃 한 가지 귓등에 꽂고 찾아가리.
그대의 집 창문에는 황혼의 불빛 어른거리고 파도의 거친 숨결이 조약돌을 굴리리.
해지기 전에 나 그대 마음에 떠오르면 패랭이꽃 한 무더기 가슴에 안고 찾아가리.
그대와 나 사이에 모래톱이 솟을지라도 즈믄해의 사랑 그 꽃잎에 입술 대이려 찾아가리.
민영 시인 / 봄들에서
산벚꽃이 한창이야
높은 산에 눈 내린 것 같아.
가야 할 길이
십여 마장 더 남았지만,
이 눈부신 봄들에서
조금만 더 쉬어가야 할 것 같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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