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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기원 시인 / 복사꽃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18.

송기원 시인 / 복사꽃

 

 

갓난애에게 젖을 물리다 말고

사립문을 뛰쳐나온 갓 스물 새댁.

아직도 뚝뚝 젖이 돋는 젖무덤을

말기에 넣을 새도 없이

뒤란 복사꽃 그늘로 스며드네.

차마 첫정을 못 잊어 시집까지 찾아온

떠꺼머리 휘파람이 이제사 그치네.

 

 


 

 

송기원 시인 / 해당화

 

 

목소리에도 칼이 달려, 부르는 유행가마다

피를 뿜어내던 어린 작부

붉게 어지러운 육신을 끝내 삭이지 못하고

백사장 가득한 해당화 터쳐나듯

밤바다에 그만 목숨을 던진 어린 작부

 

 


 

 

송기원 시인 / 복사꽃

 

 

갓난애에게 젖을 물리다 말고

사립문을 뛰쳐나온 갓 스물 새댁

아직도 뚝뚝 젖이 돋는 젖무덤을

말기에 넣을 새도 없이

뒤란 복사꽃 그늘로 스며드네

차마 첫정을 못 잊어 시집까지 찾아온

떠꺼머리 휘파람이 이제야 그치네.

 

 


 

 

송기원 시인 / 배꽃

 

 

건너 배밭에는 배꽃들이 한창이어서

해종일 벌나비들이 잉잉거리네

밭일을 하다말고, 젊은 과수댁

고쟁이 까서 소피 볼 때

홀연히 어지러워라

해종일 잉잉거리는 벌나비만이 아니라

삼년 넘게 굳게 닫힌

이녁의 자궁 안에 난만한 것들!

 

시집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 2006

 

 


 

송기원(宋基元) 시인, 소설가

1947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출생. 서라벌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197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회복기의 노래〉와 같은 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경외성서(經外聖書)>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소설집 『월행(月行)』, 『다시 월문리에서』, 『인도로 간 예수』와 장편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 『여자에 관한 명상』, 『청산』, 『안으로의 여행』, 『또 하나의 나』와 시집으로 『그대 언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 『마음속 붉은 꽃잎』 등이 있음. 1983 제2회 신동엽 문학상. 1993 제24회 동인문학상. 2001 제9회 오영수문학상. 2003 제6회 김동리문학상. 2003 제11회 대산문학상.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