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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시인 / 정자리 냇가에
가을풀 저벅거리는 정자리 냇가에 와 햇살 내리어 함께 부산히 저벅거리고 있음을 본다. 아파라 목숨 붙어 있는 것들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살을 맞대어 제 풀씨나 제 살비늘 털어내며 그 중 눈물아리는 기쁨 하나 골라 산다는 것이 아파라. 사람의 언약도 이런 저벅거리는 곳에 함께 놓이면 그렁그렁 기쁨의 눈물로 저벅거리는 제 둑 하나 새로이 쌓아 올리며 냇물 위에 뜨는 새 따라 물 찍어 흩이고 솟는 것이니
- <소문리를 지나며> 시집에서
강희근 시인 / 기다리는
세상의 반은 기다리기 또는 놓아주기
목련이 피고 버스가 가고 그림이 있는 미술관 그 앞 정류소에 기다리는 사람 보내는 사람
약속이 꽃잎으로 하늘 하늘 떨어져 내리고
새로운 버스는 왔다가 가고 봄은 이제 적어 놓은 글자 끄트머리를 지우고
끄트머리의 끝 머리카락 손가락에서 빠져 나가고
긴 침묵과 반란이 가고 세상의 반이 다 가고 기다리고 끝내는 남고 남은 것은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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