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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희근 시인 / 정자리 냇가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23.

강희근 시인 / 정자리 냇가에

 

 

가을풀 저벅거리는 정자리

냇가에 와

햇살 내리어 함께 부산히 저벅거리고

있음을 본다.

아파라 목숨 붙어 있는 것들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살을 맞대어

제 풀씨나

제 살비늘 털어내며

그 중 눈물아리는 기쁨 하나 골라

산다는 것이 아파라.

사람의 언약도

이런 저벅거리는 곳에 함께 놓이면

그렁그렁 기쁨의 눈물로

저벅거리는 제 둑 하나 새로이 쌓아 올리며

냇물 위에 뜨는 새 따라

물 찍어 흩이고 솟는 것이니

 

- <소문리를 지나며> 시집에서

 

 


 

 

강희근 시인 / 기다리는

 

 

세상의 반은 기다리기

또는 놓아주기

 

목련이 피고 버스가 가고

그림이 있는 미술관

그 앞 정류소에 기다리는 사람

보내는 사람

 

약속이 꽃잎으로 하늘

하늘 떨어져 내리고

 

새로운 버스는 왔다가 가고

봄은 이제 적어 놓은 글자

끄트머리를 지우고

 

끄트머리의 끝

머리카락

손가락에서 빠져 나가고

 

긴 침묵과 반란이 가고

세상의 반이 다 가고 기다리고

끝내는 남고 남은 것은

기다리는

 

 


 

강희근 시인

1943년 경남 산청에서 출생. 호는 하정(昰玎).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 동아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연기 및 일기』, 『풍경보』. 『산에 가서』, 『사랑제』, 『사랑제 이후』, 『화계리』, 『소문리를 지나며』,『 중산리 요즘』등이 있음. 국립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소장,·인문대학장, 도서관장, 전체교수 회장 및 전국국공립대교수협의회의 부회장, 배달말학회장, 경남문인협회 회장을 역임. 현재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경남펜클럽회장. 공보부 신인예술상, 경남도 문화상, 조연현 문학상,  동국문학상, 시예술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