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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건희 시인 / 은밀한 착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23.

김건희 시인 / 은밀한 착지

 

 

높은 곳에 꼭지점을 두고

솟구치다 가라앉는 그네의 심장

 

두 발로 굴린 회전율에 구부린 허리는

빳빳해진다

 

무릎으로 햇살을 두드렸으니

비파소리 생겨나는 뼈마디

뿔뿔이 흩어진 각자를

발 구름판에 하나로 모아야 한다

 

잠시나마 그네로 살아 본다는 것은

훌쩍 뛰어내릴 적당한 순간

정지의 한 지점을 찾기 위함이다

 

크게 흔들려본 이후에 생긴

나만의 경지

전생은 새 조련사였겠다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를 끌듯이 』(형상시학 8집)

 

 


 

 

김건희 시인 / 장마

 

 

이마까지 뜨겁던 유리의 도시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힘없이 무너지는 담장 아래 우왕좌왕 개미들

속내 감추고 있던 가로등도

부풀 대로 부풀어 올랐다

 

아랫배 살찐 사내가 뭉글뭉글 올리는 물보라

황토 이불 출렁이는 들판

허리띠 졸라 묶은 비닐하우스도

휘어지지 않으려 몸부림이다

 

지탱의 의욕 버린 취객이

벌컥벌컥 내뱉는 오물에 골목은 체증

 

분수 밖의 분수에 들어

시름겹던 도시는

안주인 듯한 씹어대던 욕망을

물 빨래하듯 헹구고 있다

 

-시집<두근두근 캥거루>2020

 

 


 

김건희 시인

2018년 제3회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등단. 최충문학상 산림문화공모전 수상. 현재 대구문인협회회원, 형상시학회장. 시집 <두근두근 캥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