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시인 / 나의 시(詩)
평생 벗어나지 못한 지옥 중의 하나는 저체중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살이 되지 않았다
주렴 없이 곁을 떠난 이들의 몇은 나와 함께 하다가는 끝내 견디지 못할 비만 때문이었다
박철 시인 / 악연
언제나 아픕니다 아내의 투병은 나를 향한 것이고 나의 투병은 아내의 과녁으로 날아갑니다 습관처럼 날 선 말이 쇳소리를 낼 때마다 던진 말대로 둘 중의 하나만 악연이면 같이 못 삽니다 그러나 둘 다 악연이면 참고 삽니다 세상은 그러려니 하고 살 만합니다 울다가 세금 내러 은행엘 가고 은행 가다 이웃 만나 깍듯이 해바라기 되어 인사 나누며 웃습니다
해를 쫓는 달을 보셨나요 사랑하진 않아도 버리지 못합니다 뜨뜻미지근한 안타까움이 조금 있다고는 할까 누가 먼저 버려 버려져 해와 달 그 사이 같은 천벌을 받나 그걸 기다리며 그냥 세월 다 보냅니다 어쩝니까 그러다 빈터에 둘뿐인 것을
부슬비 오는 어느 가을날 손잡고 내지에 드는 것도 둘뿐일 텐데 악연이죠
박철,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 창비, 2018, 40~41쪽
박철 시인 / 연
눈물이 있으니 사랑이다.
사랑하니까 아픈 것이며
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다.
날아라 훨훨 외로운 들길,
너는 이 길로 나는 저 길로
멀리 날아 그리움에 지쳐
다시 한번 돌아올 때까지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영연 시인 / 붓의 미각 외 1편 (0) | 2021.08.27 |
---|---|
김서하 시인 / 가깝고, 먼 외 2편 (0) | 2021.08.27 |
정용화 시인 / 바깥에 갇히다 외 3편 (0) | 2021.08.26 |
강대선 시인 / 부터에 붙어 외 1편 (0) | 2021.08.26 |
박지웅 시인 / 곁에 없는 말 외 1편 (0) | 2021.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