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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 시인 / 느티나무
잠시 앉아 허리를 펴거나 둘러앉아 마을 대소사를 의논하던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낸 그 자리에 새마을회관이 들어섰다. 준공식 날, 면장이 오고 군수가 오고 국회의원이 왔다. 오색테이프를 끊고 사진을 찍었다. 동네가 환해졌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읍내 장을 보고 돌아올 때마다 길을 잃었다. 들녘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소들도 음매 음매 목을 놓았다.
윤효 시인 / 국화
연분홍 휘날릴 적에는 매미가 애터지게 울어 댈 적에는 입도 뻥끗 안 하고 방음뚝 낡은 목책에 기대어 있는 듯 없는 듯 널부려져 지내더니 가랑잎 뚝뚝 떨어져 내리자 꼿꼿이 허리 세우고 뭐라 뭐라 말문을 여네.
윤효 시인 / 어느 부음
2009년 3월 8일 오후 3시 10분 서울 대공원 자이언트 코끼리가 입적했다. 1952년 태국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우리나라 무문관으로 출가한 자이언트는 잿빛 가가 한 벌에 의지해 오직 용맹정진 장좌불와를 넘어 평생을 앉거나 눕지 않았다. 그 서릿발 수행을 통해 좌탈입망의 경지에 이른 자이언트는 비로소 고요히 앉아 열반에 들었다. 향년 58세, 법랍 55년.
윤효 시인 / 음화(陰畵) 6
눈은 안과 코는 이비인후과 입은 치과.
천만에.
눈, 코, 입 모두 성형외과.
윤효 시인 / 함박눈
눈이 내립니다.
남의 손에 넘어간 논배미에
저물도록 내리 쌓이고 있습니다.
아버지, 잘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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