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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9월<시문학>신인우수작품상 신자윤 시인 / 풍냐동굴 늪 근처에서
풍냐동국의 밀림박쥐 포음파는 슬픔이 터진 첫 번째 발음이다
나는 동굴 늪 근처에서 밀림박쥐의 날갯짓 부딪치는 소리를 스캔한다
그것은 나 아닌 다른 짐승의 슬픈 눈물울에 대한 스펙트럼 효과
수련밭 바위 틈새에 진황색 혈류로 내려앉는 놀
나는 둑 언저리 놀빛을 괴고 앉아 자음을 모의하다 추방된 직립의 원시 남자를 연모한다
대각선으로 쏟아지는 위성 아래 동굴 밖 그 남자와 나는 한 낱말로 소통한다
그 남자는 생명력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해묻이의 주춧돌에 엉등이를 문지르며 걸음마를 떼었을 것이다
아직 혈흔이 끈적거리는 짐승 닮은 그 등껍질의 온기
그 원시 남자의 넓은 어깨에 내렸던 수만 년의 한기가 스카프처럼 내 온몸을 휘감는다
나는 덫에 걸려 멍든 발목으로 겅중겅중 언덕을 뛰어다니는 겁먹은 암노루
나는 반쯤 감긴 눈을 뜨고 내 전생의 기록을 더듬는다
신자윤 시인 / 잃어버린 지우개
지상을 덮친 폭설 12월의 길목이 갇혀버렸다
아차산 등산로 입구
돌진한 소용돌이에 비명 뚫고 인터넷 뉴스에 뜬 파문
분홍신 한 짝 절룩거리며 주인과 함께 사라진다
사시사철 포갤 수 없는 다리 진통제에 잠을 미룬 밤
아무리 이불을 당겨도 마디마디 시린 한기
흩어진 뼈들의 삭제된 통증이 뼈 밖에서 웅성거린다
다시는 바닥에 닿지 않는 종아리 밑 뼈들의 절규
지나온 거리의 부산물이 뚜벅뚜벅 여기저기서 기웃거린다
꽃병과 꽃의 관계를 아는 나목의 움트는 소리
분홍신 바람 짚고 나이테 맨 꼭대기에 서 있다
신자윤 시인 / 마지막 마궈토
히말라야 동쪽 인디언불루빛 하늘이
천지창조의 신화를 새롭게 펼쳐 보이던 날
남북으로 길게 눈 덮인 산을 가르는 횡단산맥 사이 날짐승과 쥐새끼만이 통하는 길
말과 마방 심장을 실은 외줄이 간당간당
관대하지 않은 협곡과 일대일 사투를 벌인다
땀방울에 절궈진 살갗에 버섯구름이 피어나도
스촨성의 마방들은 건들대는 바람에 무릎 꿇지 않는다
한 번 나서면 소금사막이 되어서야 되돌아갈 수 있는 고향길
누가 처음 차마고도를 길이라 했는지 마궈토와 히말라야 한 치의 양보 없이 마주보며 줄을 당긴다
스촨성의 잎사귀와 티벳 말고기의 팽팽한 흥정에는 수천 년이 직통한 냄새가 흐른다
옥룡설산 아릿마을에 정신없이 쏯아져 들어온 문명의 바람이
지구상에서 한 번도 들춰진 적 없는 처녀적 걸을걸이 잔고를 유린하고 있다
*마궈토 : 차마고도를 오가며 차와 말을 교역하던 마방의 우두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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