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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림 시인 / 그래서, 나는 발목입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제한속도가 막 넘어가는 순간
차체와 몸과 그리고 그 속도를 붙잡고 있던 내 광기마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악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던 발목만 남았다고 가정했을 때,
그렇다면 과연 그 발목은 무엇일까요
그래서 소멸은 곧 발목이라는 황당한 소문이 떠도는 거 같습니다
오늘도 나는 이 지루한 일상을 디디고 제한구역을 넘어갑니다
정말이지 발목이 시큰시큰하게,
돌아올 연료는 가급적 넣지 않습니다
간단한 소멸은 편도로도 충분합니다
2010년 「시와세계」 등단
양승림 시인 / 지금은 조용히 기다려야 할 때
옛날엔 집에서 콩나물을 직접 길러 먹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시루 바닥에 검은 재를 깔고 아침저녁으로 따박따박 물도 주고
그러나 우리 집 콩나물은 항상 대가리가 퍼랬다
나는 늘 시루 안이 궁금했고, 수시로 검은 보자기를 들추고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
대가리가 퍼래진 콩나물은 모두 버려야 한다 비려서 못 먹는다
지금은 조용히 기다려야 할 때,
시루 안이 아무리 궁금해도 노오란 콩나물 대가리처럼 공손히 두 손 모으고, 조용히 어둠을 견뎌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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